마을학회 일소공도 창립선언문

마을학회 일소공도,

 21세기 농촌의 삶과 앎을 위하여




21세기에 들어 마을과 마을에서의 삶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마을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천수만 년 이상 지속되어 온 삶의 터전입니다. 

그러나 마을은 한동안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도시 문명의 위기와 마을  

지난 20세기 자본주의 문명은 강대국, 대도시, 산업, 전문가 중심의 개발과 발전 논리를 바탕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소국, 지방, 농어산촌, 마을, 보통사람은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희생되었습니다. 

강자와 약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사이의 나눔과 차별이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당연시되었습니다. 

이런 논리는 심각한 폐해를 불러왔습니다. 

 

사람들은 상품으로 가득 찬 대도시에 뿔뿔이 흩어져, 신상품을 구매할 돈 버는 일에 몰두하는 이기적인 소비자들이 되어갔습니다. 

자연환경은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제한으로 개발되고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농촌과 도시, 지역과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 고에너지 생활로 인한 대기오염, 나누어진 삶이 뿌린 폭력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우리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지구가 결정적으로 파괴될 것이며 인류라는 종은 절멸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학자들의 경고가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그 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일소공도의 문명사적 가치

  근대 도시 문명이 초래한 이 같은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20세기 문명에서 ‘낡고 뒤떨어진’ 것으로 무시되어온 농촌 공동체, 마을에서의 삶과 잊힌 전통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농어산촌, 지방, 시골, 마을이 지금의 문명적 위기를 해결하고 21세기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고 구현할 ‘살아있는 장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것들,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평등하고 생태적인 공존과 통합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노력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공부하는 사람 따로 있고 일하는 사람 따로 있는 근대적 분업의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대적 분업은 일하는 사람들을 멍에에 묶여 밭만 가는 소로 만들었고, 공부만 하는 사람들을 삶이 없는 공허한 지식을 앞세워 특권을 누리는 도깨비로 만들었습니다. 

소와 도깨비 사이에는 분업과 전문성과 효율의 이름으로 넘을 수 없는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일만 하다 보니 소가 되었고 공부만 하다 보니 도깨비가 되었습니다.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일과 공부가 나누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농農과 21세기

 ‘농農’이라는 오래된 글자는 우리에게 열린 공부, 온전한 삶이 무엇인지 새롭게 기억하도록 이끕니다. 

농農은 ‘때맞추어辰밭田을 가는 삶’과 그런 삶의 윤리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문명의 축이 바뀌고 있는 21세기에 요청되는 통합과 공존의 가치가 ‘농農’이라는 이 오래된 한 개의 글자 안에 움트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을 이루고 있는 바탕은 농경 공동체의 오랜 기억과 역사, 그리고 이름 모를 온갖 생물이 살아 숨 쉬는 흙입니다. 

그리고 그 흙의 생명을 느끼며 일구어온 농農의 삶 입니다. 

여기에서, 근현대적 시민 평등과 절제와 부조의 생태적 공존 가치를 실천하는 농민교육과 유기농업, 생활협동조합의 새로운 전통이 뿌리를 뻗어왔습니다. 

수많은 분들의 노고와 참여로 이루어진 이 독특하고 소중한 조건은, 21세기가 추구하는 평등과 통합의 삶을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농사짓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즉 농촌農村입니다. 


이제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우리 마을의 깊고 귀한 경험과 특별한 조건을 되살리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사건들을 때맞추어 충실히 기록하며, 마을의 삶과 앎을 아우를 열린 공부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 공부의 과정과 성과를 잘 정리해서 여러 이름 모를 마을과 함께 나눌 때입니다. 

마을마다 쌓아온 특수한 경험과 조건을 더불어 배우며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면서 지속 가능한 보편 경험으로 넓혀나갈 때입니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가 초래한 닫힌 마을 닫힌 지역들의 고립과 문명적 위기를 넘어 21세기의 열린 마을 열린 지역들의 살아있는 연대와 새로운 삶을 모색할 때입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이러한 때에 맞추어, 우리는 일과 공부가 하나인 21세기 ‘농農’의 삶과 앎을 위하여 ‘마을학회 일소공도’를 창립합니다. 

마을에서 학회라는 형식이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학회學會’는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앎을 나누고 새로운 앎에 이르기 위해 마을에서 짜임새 있게 운영되는 ‘공부모임學會’입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에서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때맞추어 풀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삶과 열린 밭田을 일구려 합니다. 

우리에게 닥쳐오는 21세기의 현실과 한동안 망각된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연결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그간의 단절되고 편향된 관계를 넘어 함께 공부해 가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앎을 여투고 짜고 퍼뜨려서 마을의 삶으로 새롭게 되돌리려 합니다. 이 같은 되살림과 되돌림의 과정을 통해 마을의 공공성과 자치력을 북돋워가려 합니다.


오래된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공부할 21세기 농촌의 문명적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과의 연대와 참여 속에서, 이제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그 첫 걸음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잘 자라나면서 모든 마을 모든 공부모임과 만나는 꿈을 키워가겠습니다. 



2017년 6월 24일

마을학회 일소공도 운영위원회

대표집필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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